자격지심, 열등감, 피해의식
남자와 네일은 레즈비언이기에 해당사항 없고 화장은 사회생활의 일환으로 했었는데 그것도 뭐 쿠션 팩트와 눈썹연필 정도였음에도 어쨌든 피부에 뭔갈 바르는 작업이기에 부가적인 기초제품들을 고정소비로 지출했었다. 인생샷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시용 SNS를 했기 때문에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가지며 살기도 했다. 사실 마카롱이든 다꾸든 택시비든 뭐든 그 객체들 하나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평소에 가지고 있는 멘탈리티의 문제인것이다. 타인이 무슨 말을 하면 공격을 한다고 받아들여서 별 것도 아닌데 깊게 감정을 쓰고, 날 세우고 자존감 갉아먹는 태도로 살며 자기 정당화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의 비용 손실이 엄청난 것이다. 이건 비단 탈코르셋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적용된다. 흙수저, 여성, 퀴어, 별종 등등 사회의 디폴트 값인 시스젠더 남성이 아니기 때문에 겪는 구조적 부당함은 존재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 스스로 패배주의와 피해의식에 절여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이라도 해야 그 다음을 보는데 제자리에서만 빙빙 돌고 있는것이다. 왜? 세상 탓, 남 탓, 부모탓 하는 게 편하니까. 내가 나를 직시하고, 자성하고, 반문하고 자기 성찰에 들이는 노력보다 외부요인을 탓하면 편하니까. 이것부터 시작 못하면 진짜 답이 없다.. 그냥 그러고 살겠지. 바뀌지 않을 거라면 최소한 동물이든 사람이든 부양가족은 늘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경제 관련 마인드에 대한 책들을 봐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부분은 주변 사람 관리를 잘 해야한다는 것이다. 내 주변 사람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도 포함한다.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내 무의식 중에 있다면 주변 사람 잘되는 거 보고도 진심으로 축하를 못해주고 그 사람이 잘된 이유를 찾아 나와는 다른 케이스라고 선 긋는다. 이게 지속된다면 나의 회피성 영역이 넓어지며 주변엔 나 같은 사람밖에 남지 않는다. 행복한 사람을 보면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 부러워하지만 동시에 부럽지 않다는 못난 질투심이 존재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하향 평준화를 좋아하게 된다. 발전하고, 옳은 길을 가려는 타인을 보면 그렇게 하지 않는 나를 투영하며 타인의 실패만을 바라고, 본인 삶의 방식을 자위하며 살아갈 것이다.
"어떤 직장인이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하고 계속 발전을 해 나가면 어떻게 되는 줄 아십니까?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합니다. 자기들도 하면 되는데 막상 하기는 싫거든요. 나는 하기 싫은데 쟤는 합니다. 그러면 그걸 하는 놈이 이상한 놈이 됩니다. 사람들은 하향 평준화를 좋아합니다." — 아는 변호사
뭔가가 불편해서 구태여 한마디를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정당화하고 싶은 마음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변화는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하는 만큼 달라진다. 물론 10을 들여서 0.5조차 안될 수 있다. 내 노력이 가성비가 안맞을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무언갈 해보기까지의 나의 욕망이다. 현재 이런 상태고, 뭘 할 수 있고, 결과는 모르지만 과정만큼은 내 것이라는 걸 확신하면 뭐라도 된다. 그 과정에서 얻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나는 이것을 과정의 복리효과라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1순위로 챙길 수 있어야 한다. 내 할 일 다 하고 사는데 남이 뭐라는 게 마음에 들어오면 스스로를 더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그게 되려면 내 할 일을 잘 챙길 수 있어야 한다. 메타인지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건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나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 2 최종화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김사현 검사가 황시목에게 만약 악행을 저지른 게 나였다면 어떻게 하려고 했냐 묻는다. 이에 황시목은 "그 분은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습관이었다"라고 답한다. 나한테 자꾸 면죄부를 주고, 핑계를주고, 나도 안되니까 남도 안됐으면 좋겠고 못난 내면이 도미노처럼 밀려 나중에는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모른척하는 수밖에 없어진다. 회피하지 않는 태도는 사실 페미니즘도 투자마인드도 아닌 자기 인간성, 방향성, 존엄성에 관한 것이다.
그러니 여성들이여. 자기의 세계를 깨부수는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고, 문 열면 절벽이라 생각했던 곳에 또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수 있다. 우리가 가는 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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