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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반드시 여길 탈출할거야

사적인 이야기/나의 1020 스토리

by 김이김 2021. 10. 16.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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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고 생각해도 막막했다. 10대의 나는 돈도 없었고, 친구들이 다 있는 외국에 사는 친척도 없었고, 비빌 데가 없어 보였다. 집에서는 절대 보내지 않으려 하고 나는 꼭 여길 벗어나야 했다. 내 살길을 찾는 것만이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집안사람들이 사는 방식에서 벗어난다는 게 근본적 맥락이니 나의 앞뒤 상황들을 이어보면 당연한 것이다. 

  친구들은 대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난 그때도 별 생각이 없었다. 겉으로는 학교생활을 하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어차피 친구들의 미래는 나와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미지의 세계가 궁금했다. 부모 지원 없이 나 혼자 준비해야 하니 해외 4년제 대학은 얼토당토않았고 현실적으론 미국의 커뮤니티 컬리지도 빠듯해 보였다. 친구들은 입시학원으로, 나는 토익학원으로 다녔다. 당시에 신촌 YBM인가 파고다 건물 지하에 서점이 있었다. 토익 수업을 마치면 그 서점으로 내려가 마감까지 책을 봤다. 오래돼서 모든 정보들의 희미하지만 단 한 가지 내가 붙잡고 있었던 문장이 있다. '진흙에 발을 담그고 있어도 눈으로는 별을 봐라.' 나는 그때의 내 상황이 영원한 나의 삶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열아홉이 되었다. 여느 열아홉이 그렇듯 새로운 불안의 문을 여는 느낌이었다. 나는 봄과 새학기가 싫었다. 하나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어서 오라며 환영하는 교회 어른들의 인사 같았다. 내 고민과, 나 스스로는 하나도 배운 게 없는데 그저 시간이 흘렀으니 새 학년과, 새 시작이라니 벅차서 도피하고 거부하고 싶었다. 나의 감정적 미성숙함은 어쩌지도 못한 채 인생의 중요 시기를 맞았다. 평범함, 정상성에 내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까워 고등학교도 가기 싫었던 나에게 엄마는 고등학교를 마치면 생각해보겠다며 유학을 담보로 거래를 했었다. 나의 향후 방향에 대해 얘기를 하니 이번에는 대입을 마치라고 한다. 대학교를 가보면 맘이 바뀔거라며 대학을 가라고 한다. 돈이 없는 나는 별 수 없었다. 대입을 준비했다. 간절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나는 실망도 안 했다. 수능도 대입도 무덤덤했다. 결과 맞춰 쓴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제는 해외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는 1년만 지내보라며 말을 바꿨다. 

  신입생 오티, 수강신청, 대의원회 활동, 캠퍼스 커플 등 엄마가 원하는 평범한 대학생으로서의 1학년을 마쳤다. 나의 목표는 여전했다. 내 인생의 방향성을 바꿀만큼의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조급해졌다. 해외에 나오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 지가 5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고작 스무 살이었지만 나는 많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종종 억울하다.) 여전히 엄마는 내가 원하는걸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더 기다릴 수 없어 스스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네이버에 유학원을 검색하고 하루에 10개씩 연락 돌렸다. 당시 나는 수도권 4년제 신입생이었고, 자본도 없었고, 사회 초년생만큼도 안 되는 햇병아리였다. 유학원은 커미션으로 먹고산다. 유명한 어학원들과 코스들을 판매하려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난 돈이 없었다. 몇백만 원짜리 어학원 6개월 코스도 막막했다. 유학원에서도 상대한테 나올 돈이 없어 보이면 상담의 질이 낮아진다. 보이지 않는 무시를 당하게 된다. 잠재고객이 아닌듯한 잔챙이에게 비싼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한다면 하는 한녀다. 그 정도로 기죽을거면 시작도 안 했다. 열심히 알아보고 영주권 취득을 위한 자금계획을 세운 결과 초기 자본금 3천만 원이 필요했다. 당시 엄마가 바라던 4년제 대학 등록금에 비하면 크게 무리되는 금액은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진행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엄마는 또다시 딜을 걸었다. 스스로 필요한 금액의 반을 벌어오라는 것이다. 아마 천오백을 벌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할 거라 예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 한녀 인생을 건 베팅이었기에 도망칠 곳이 없었다. 이 집안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그렇게 시작되는 긴긴 여정...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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