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에 100만 원씩 저축해서 1년이면 1200만 원이다. 이걸 10년 하면 1억 2천이다. 내 집 마련? 택도 없어 보인다.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비용도 1200만 원이다. 가임기 여성지도, 지방 소멸 위험 지수 등을 얘기하며 요즘 이~~~기적인 여자들이 지들만 살겠다고 다 같이 망하잔다 드러눕는 사람들을 보면 참 딱하다. 10년을 꼬박 모아야 1억 2천인데 1200만 원 임출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걔는 무슨 돈으로 키우나? 개인에게 책임전가를 해도 정도가 있지. 일단 애 낳고 보면 어떻게든 산다, 예전에는 애 낳고 바로 집안일했다는 세상에 아직도 사나 보다. 전쟁 세대의 트라우마를 이유로 아동폭력과 다를 바 없는 양육을 해놨으면 그 세대가 잘 자랐는지 확인을 하는 게 먼저 아닌가? 앞뒤가 안 맞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태어난 애들도 어쩌지 못해서 가출청소년들이 성매매로 빠지고 그러다 태어난 아이들은 베이비박스나 해외입양 보내겠지. 이미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사회가 단단한 그물망이 되어 건져내야 하는 사람들도 못 보면서 어째서 정상가족 판타지를 강요하며 여자들에게 애 낳아라 말아라 난리들인가. 여자들 인생, 태어나 풍족한 지원 못받고 자랄 아이들 인생은 모르겠고 내 노후가 걱정된다 솔직하기라도 해봐라.
내 인생의 페미니즘 지론은 딱 하나다. 일하는 여자가 선택하는 삶이다. 임출도, 코르셋도, 취향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이 고용노동 시장에서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면? 뭐든 다 그런가 보다 싶다. 어떻게 살아도 나 하나 먹여 살릴 능력만 있으면 상관없다. 그런데 이 세상은 여자가 사람 1로서 사는 삶을 끔찍할 정도로 말살해왔다. 꾸미고, 남과 비교하고, 젊고 아름다움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것만이 너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일 할 이유가 없는 세상에 가둠으로써 일 할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공주는 성 안에서 예쁘게 지내는 것이 평생의 일이었나 봐. 그런데 나는 인형놀이가 재미없었다. 내 몸을 움직여 뛰고 부딪혀 승리를 성취하는 것이 더 재밌었다. 하늘 아래 같은 색조가 없다는데.. 체리핑크나 오렌지 코랄 같은 말장난들은 정말.. 웃기지도 않고 괴롭다. 꾸미지 않을 자유가 없는 세상에서 꾸밈으로 인정 욕구를 채운다는건 앞뒤가 맞지 않다. 그 많은 사람들이 여자가 아니었다면 세상의 디폴트 값으로 더 자유롭게, 더 능력 있게, 더 진취적이고 용맹하고 씩씩하고 튼튼하고 야망 있는 사람으로 사는 것을 응원받았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여성을 향한 구조적 가스라이팅으로 나 또한 자기혐오가 심했다. 우울과 자존감 결여로 오랜 시간 방황했다. 나의 고통들이 내가 가진 소수자성 때문인지, 애정결핍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고, 다시 시도하고, 될 때까지 해버리는 근성은 몇십 년 동안 재직하고 있는 엄마로부터 배운 것이다. 나약하고 흔들리더라도 해내고 말 거라는 집념은 내가 생산적인 사람이라는 정신력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집에서 김장하고 쿠키 굽는 것들을 여자의 일로 배우지 않았다. 집안일은 독립된 성인으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양말을 뒤집어 빨래통에 넣든, 벗은 그대로 넣든, 흰 세탁감을 분리 하든 안하든 어떤 특정 업무의 세부 사항에 내가 얼마나 집중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온전히 성인의 몫이다.
16년 미국 대선때 힐러리를 뽑지 않은 기혼여성들은 집안일을 하는 자신들을 폄하하는 것이라 여겼다고 한다. (일부겠지요, 쿠션은 셀프) 여성의 독립 권리를 주장하면 그 반대의 여성들도 있다. 부디 그들끼리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자의 선택이고 각자의 인생이다. 그러나 내 선택을 비난받아 기분이 나쁜 것과 미래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어떻게 셋팅할 것인지는 분리해서 봤으면 좋겠다.
참고 사이트 : 2019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 (http://baby.donga.com/2019-10-10-born-and-raise-receipt/01_receipt/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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