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한 개체로 삶을 살아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성인기까지 어떻게 오긴 왔는데 하루아침에 나는 온갖 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 구성원이 된다. 평생을 아이로 살다가 어른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건 쉽지 않다. 학사 졸업 후 취업을 하거나 일찍 사회에 진출에서 달리다 보면 20대는 금방 끝난다. 그리고 서른이 된다는 것은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을 책임져줄 오늘의 나와 함께 가는 것이다. 여기서 나 이외의 가족, 연인, 다른 관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정지음 작가님이 어느 팟캐스트에서 통신비 할인을 적은 금액의 가족단위로 받을 것인지 큰 금액의 개인 할인으로 받을 것인지 고민했다고 하는데 당신은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20대라면 가족, 30대라면 개인으로 받을 것이다. 보험료부터 시작해서 이제 내 경제 가치관은 나와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결정이어야 한다. 날 키워준 누군가에게 보은하는 개념으로 빚을 갚는다거나, 조금 더 베푼다거나 하는 것도 나의 의지지 누군가의 강요하에 일어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영어 문장이 있다. You do not do that.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동등한 관계에서 내 행동에 대해 저렇게 단호한 명령투로 얘기하는 걸 받아들이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2n년간 돌려 말하고, 좋게 말하고, 센스 있게 구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나 한녀의 세계를 저 문장이 깨부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생각이 바뀌었다. 저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에 섀도우 복싱으로 기분이 상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그런 사고방식에 동의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만 선호하고 있는 나 자신의 본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한심해서 너무 괴로웠다.
이때 회피 기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이 세상이 불공평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디까지 내가 스스로 나를 가두고 있는지? 얼마나 습관적이고 관성적으로 인간관계나 인정 욕구에 매달리고 끌려다니고 있는지 똑바로 봐야 한다. 메타인지는 그래서 괴롭고 어렵고 힘들다. 근데 힘들다고 안할거냐고. 그럼 안 할 수 있냐고. 내가 안하면 언젠가 반드시 등 떠밀려 하게 되는 일들에 끌려다니는 것을 그만 두기로 했다.
30대는 모든 결정권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다. 그러면 좀 더 객관적이고 명확한 시야를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결혼을 한다면 원가족과의 분리가 자연스레 되겠지만 비혼이라면 이 경계선이 없기 때문에 계속 끌려다닐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하루를 살아낼 때에 주양육자나 혹은 의존하고 있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크게 흔들린다면 모든 걸 멈추고 나를 되돌아봐야 한다. 가족이고, 어떤 관계고..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건 회피기제일 가능성이 크다. 나에 대한 것은 내 머리털부터 발끝까지 내 의지로 통제할 수 있고 나의 근간을 흔드는 요소들도 결단내서 정리할 수 있다. 무섭지. 지금까지 쌓아왔던 내 관계, 취향, 익숙함에서 벗어나 나의 본질적 괴로움을 마주하는 것이 어려워서 사람들은 종교를 찾거나 몰두할 수 있는 자극점을 찾는 것이다.
내 마음의 안정은 어디서 오는가? 소비가 아니길 바란다. 왜냐면.. 돈이 없는데 내 행복과 안정이 소비뿐이라면 누군가의 세금으로 먹고살 수 있기를 기대하며 (과세 제도, 사회복지와 상관없는 맥락) 녹록지 않은 인생살이를 오늘처럼 살아낼 테니까. 내일도 오늘처럼 핑계 찾기가 쉬울 테니까.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삶에 익숙해지니까.
내 가치판단에 타인이 들어오는 순간 주체적인 삶이 아니다. 개개인의 삶과 사연들이 있겠지만 내 인생도 못 챙기면서 남 생각해주는 게 얼마나 나 스스로에게 유해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누군가의 좋은 딸, 좋은 친구, 좋은 무언가면 순간은 편하지. 그런데 그 편함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 돈뿐인가? 아니다. 나를 뒷순위로 밀어 넣는 나 자신의 습관이 부메랑이 된다. 그러니 제발 나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며 살자. 내가 아껴서 마음을 열어준 사람들이 나의 인생에 훈수 두고 이래라저래라 하게 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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